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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운명, 월드와이드웹을 재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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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316회 작성일 11-09-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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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2일 페이스북 개발자 컨퍼런스 f8에서 소개된 페이스북의 마스터플랜은 월드와이드웹의 역사를 새롭게 쓰려는 야심찬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f8은 ‘fate’과 동일하게 발음되고 있다(참조). fate은 ‘운명’ 또는 ‘숙명’을 뜻한다. 인간의 감성과 사물을 하이퍼링크로 촘촘히 연결해 자동화된 데이타 흐름을 조직하겠다는 페이스북의 이번 계획은 ‘찾고자’하는 능동적 인간 행위를 기초로하는 구굴의 검색 서비스와 뚜렷하게 구별된다. 만약 페이스북이 이번 f8에서 선보인 타임라인과 미디어 소비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이것이 대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낸다면, 페이스북은 현재 독점화의 길을 걷고 있는 구글을 물리치고 새로운 웹의 독점사업자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번 f8에서 발표된 페이스북 계획은 페이스북 스스로의 운명뿐만 아니라 구글 그리고 월드와이드웹 전체의 운명을 결정할 페이스북의 전략적 선택이다. 아래에서는 페이스북의 이번 f8 발표가 가지는 전략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예상되는 비판 지점 : 허술한 개인정보 보호

이번 f8의 의미를 분석하기에 앞서 예상되는 비판과 이에 대한 페이스북의 반응을 예측해보자. 2007년 11월에 시작했다가 전세계 사용자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여 2009년 9월에 폐기된 페이스북 광고시스템 비콘은 페이스북이 사용자 정보를 주의깊게 다루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선례였다. 또한 2011년 6월 페이스북은 사진에서 사용자의 얼굴을 자동 인식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때 얼굴 자동인식 기능을 모든 사용자에게 ‘기본설정’으로 제공하면서 적잖은 비판을 받은 경험이 있다(참조). 나아가 8억 명에 가까운 개인정보가 이윤 추구를 제1 목표로 하는 사기업인 페이스북에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참조: 디지털 파놉티콘, 사용자가 만들어가는 감시사회).

한편 북미와 유럽 전통 언론은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를 적극 기사회하는 민첩합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 안티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추상 수위가 높은 비판글을 게재함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WSJ Social’이라는 페이스북 전용 앱을 선보이는 이중적인 영민함을 자랑하고 있다(참조).

페이스북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페이스북은 일부 기능을 수정하거나 개인정보 보호를 아주 조금 강화한다. 이렇게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이른바 ‘먼저 저지르고 비판이 거세지면 일부 수정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페이스북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뒤로하고 늦어도 10월 말부터는 월드와이드웹의 질서 재편을 본격화할 것이다.

타임라인 : 인터넷을 시작하는 감성 공간

페이스북의 프로필은 지금까지 사실상 사용되지 않는 기능 중 하나였다. 10월초 전세계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새롭게 선보이는 타임라인은 개별 프로필을 대체하는 공간이다. 이 곳에는 시간대별로 개별 사용자의 (디지털) 생활이 기록된다. 월별 또는 년도별로 사진, 친구관계, ‘좋아요’, 담벼락 글 등이 훌륭하게 정렬된다.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월별로 들었든 음악, 읽었던 책, 즐겼던 영화 및 드라마 등이 친구들과 주고 받은 메시지 통계와 함께 이곳에 저장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별 사용자는 시간대별로 삶의 역사를 정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타임라인을 통해 힘겨웠던 시절, 답을 찾을 수 없어 방황하던 시절, 새로운 연인과 터질듯한 심장을 움켜쥐며 속삭이던 시절 등 삶의 여러 단면을 구별해 저장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임라인은 이렇게 ‘감성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무언가 ‘느낌’이 있는 서비스다. 물론 비판적 사용자는 디지털 생활을 페이스북에 저장하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그러나 타임라인이 과연 대중의 폭발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심이 간다면 아래 동영상을 잠시 감상하길 바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페이스북과 구글 플러스의 커다란 차별점이다. 구글 플러스 친구(서클) 중 한명에게 생일 축하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도 e메일 형식의 메시지가 그 친구에게 전달되거나 또는 해당 친구 이름을 언급한 공개 포스트가 ‘스트림’에 담길 것이다. 이것은 축하하는 사람과 축하받는 사람의 일대일 소통이다. 그리고 트위터의 타임라인에서처럼 이 축하 메시지는 시간의 거대한 물결에 빨려들어가 쉽게 잊혀질 것이다.

그런데 만약 페이스북의 (새로운) 타임라인에서, 다시말해 친구의 담벼락에 축하 메시지를 남기면 어떻게 될까. 생일을 맞은 친구는 ‘한 장소’로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축하객과 축하 메시지에 기뻐할 것이다. 문자, 사진,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의 메시지가 한 장소에 축적되면서 이른바 감성적인 (생일)번개가 가능하다. 이렇게 구글 플러스는 졸지에 차가운 땅으로 변모해 버린다.

여기서 혼동하지 말자.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결코 구글 플러스의 도전에 대한 페이스북의 대응이 아니다.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구글 플러스는 이제 겨우 3개월이 조금 지난 서비스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은 장기적인 고민과 준비 없이는 세상의 빛을 볼 수 없는 서비스다. 따라서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은 페이스북이 바라보는 월드와이드웹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 페이스북은 하이퍼텍스트가 아닌 사람을 링크로 연결될 웹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삶’이라는 감성을 담아내는 공간인 타임라인은 이후 많은 사용자의 인터넷 ‘시작 페이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지점에서 페이스북은 크게는 구글, 작게는 네이버나 다음 등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가볍게 승리하기 위해 ‘티커’(ticker)와 새로운 구조에서 작동되는 앱(App)이라는 전략적 무기를 선보이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과 티커 : 친구가 콘텐츠를 선별한다

친구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읽으며, 무엇을 들으며, 무엇을 보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타임라인 또는 뉴스피드에 모여든다면 이 또한 짜증나는 정보의 홍수가 될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러한 친구의 ‘행위 정보’를 ‘티커’라는 별도의 공간에 제공한다. 매우 영리한 방법이다.

친구가 듣고 있는 음악 정보가 티커에 나타날 때 클릭 한 번만으로 나도 친구가 듣는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드라마 ‘하이킥’을 보고 있는 복수의 친구 정보가 반복해서 티커에 나타난다면 나 또한 이 드라마가 보고 싶어진다. 물론 이러한 페이스북의 계획이 구현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페이스북 스카이프의 끔찍한 수준의 통화음질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개선될 전망이 없다. 외부 음악이나 동영상 서비스가 8억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에 완벽하게 결합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저작권 단체들과 콘텐츠 생산자는 페이스북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페이스북의 미디어 서비스가 시작되기 까지는 지루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친구의 소비행위 정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소비 방식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검색과 웹사이트를 직접 방문해 소비하는 것을 웹의 과거사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만약 페이스북이 콘텐츠 유통 흐름을 내부화하는 데 기술적으로 성공한다면 웹의 질서가 근본부터 변하게 된다.

이를 일찌기 체험한 사용자가 한국 사용자다. 한국 사용자의 대다수가 ‘무언가를 검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이버와 다음에 의해 제공되는 뉴스, 실시간 검색어, 사진, 블로그 등을 소비하기 위해 네이버와 다음을 찾는다. 이 때 네이버와 다음의 첫페이지는 다양한 콘텐츠 제공자가 경쟁하는 거대한 마케팅 공간으로 변했다.

페이스북은 이러한 콘텐츠 마케팅 공간을 8억명의 개별 타임라인과 티커로 바꿀 생각이다. 콘텐츠 공급자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네이버와 다음이 그러했던 것처럼 페이스북의 금고는 밀려드는 돈으로 넘쳐날 것이다.

특히 구글에게 페이스북의 이번 마스터플랜은 더욱 위협적이다. ‘찾고자 하는 동기’가 없을 경우 구글 검색서비스를 찾을 이유는 없다. 페이스북은 바로 이 동기를 친구들에 의한 콘텐츠 선별로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성장하는 만큼 구글은 쇠퇴할 것이다.

이후 페이스북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찬사만큼이나 이에 대한 비판 또한 거세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이 페이스북을 붕괴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페이스북의 성패는 과연 페이스북이 인간과 콘텐츠 및 사물을 연결하는 웹의 신경망으로 자기 역할을 얼마나 수행할 것인지, 아니면 공공의 이익을 보다 잘 대변하는 새로운 신경조직이 출현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페이스북은 이렇게 웹의 운명을 뒤바꿀 숙명의 승부수를 이번 f8을 통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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