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로라’ 후폭풍, 국내 IT업계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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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319회 작성일 11-11-02 09:49본문
지난 8월15일,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대 검색서비스와 전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안드로이드를 갖고 있는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스마트폰 제조부문까지 갖게 된 ‘빅 뉴스’였다.
소식이 알려진 직후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에 안드로이드 특혜를 주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 삼성전자나 LG전자, 팬택 등은 안드로이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처럼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변수로 떠올랐고, 우리나라도 국가 정책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과 전파통신과 법 포럼은 10월31일 ‘구글-모토로라 합병과 기로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함에 따라 국내 IT업계에 전해질 충격엔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하고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토털 IT 솔루션 확보와 적당한 견제.’ 이번 세미나를 이같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통해 실현하려는 ‘토털 IT’ 전략을 국내 제조업체도 빨리 따라잡아야 하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구글과 모토로라 모빌리티에 대한 ‘견제’도 빼놓을 수 없는 숙제다.
발표자로 나선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팀장은 “수직 통합된 사업자가 출현했다는 점과 소프트웨어 가치가 더욱 커졌다는 점이 국내 제조업체에 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직 통합된 사업자라는 것은 모바일 OS를 갖고 있는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제조업 부문까지 갖게 된 것을 의미한다.
수직 통합된 사업자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직접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보인다. OS를 개발하고, OS에 꼭 들어맞는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마켓을 마련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모바일 기기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뀌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확산되기 이전에는 휴대폰 제조업체가 어떤 브랜드인지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노키아의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2009년 이전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iOS냐 안드로이드냐가 더 중요해졌다. OS를 중심으로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경쟁구도가 바뀌고 있다. 이성춘 팀장은 이를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국내 제조업체는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도 삼성전자의 모바일 OS ‘바다 OS’를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바다 OS가 성공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할 지 미지수다. 삼성전자의 클라우드 전략도 정작 밑바탕이 되는 OS와 부드럽게 융합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사용자 경험과 만족도에 직결되는 문제로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팀장은 “단말기 중심에서 생태계 산업으로, 또 이것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으로 펼쳐지는 플랫폼 기반 경영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대한민국 IT 업계가 현재 직면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것이 단기적으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산업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적다.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구글 매출의 원천이 되는 광고매출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 제조업체가 모토로라 모빌리티에 안드로이드를 빼앗기는 시나리오로는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하워드 윌리엄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인터넷 연구소 교수는 “구글의 특허 소송이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는 구글의 플랫폼을 보호하고 확장하려는 의도이며, 이는 곧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구글이 앞으로 어디에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리게 될 것인가’가 더 연관성 있는 물음이지, 한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대한 단기적인 위협 요소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하워드 윌리엄스 교수는 오히려 구글의 불공정 경쟁 행태에 눈을 돌렸다. 유럽에서 특히 논란이 된 ‘구글 프로덕트 서치’가 좋은 사례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물건을 검색하면, 가격비교 사이트가 검색된다. 구글은 구글 프로덕트 서치라는 구글 자체 가격비교 플랫폼에 검색 결과 상위자리를 밀어주는 식으로 불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다. 구글 검색이 갖고 있는 지배력을 이용해 자체 서비스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불공정 경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워드 윌리엄스 교수는 “불공정 행위를 자행하는 거대 하이테크 기업이야말로 혁신과 사용자 이익을 방해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라며 ”현재 조사 중인 구글의 반독점 위반 혐의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구글의 불공정 행위가 이번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로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렇다고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사건을 견제하지 않을 수 있을까. 김병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글이 단기적으로는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모델 제조업체로 이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탑재한 다양한 모바일 및 홈 디바이스를 제공하는 토탈 IT 업체로 키울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구글과 국내 협력 제조업체 간에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글로벌 IT 업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 구도로 접어들고 있다. 김병일 교수는 국내 IT 기업이 이에 발맞추기 위해 유연한 태도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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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이 알려진 직후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에 안드로이드 특혜를 주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 삼성전자나 LG전자, 팬택 등은 안드로이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처럼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변수로 떠올랐고, 우리나라도 국가 정책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과 전파통신과 법 포럼은 10월31일 ‘구글-모토로라 합병과 기로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함에 따라 국내 IT업계에 전해질 충격엔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하고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토털 IT 솔루션 확보와 적당한 견제.’ 이번 세미나를 이같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통해 실현하려는 ‘토털 IT’ 전략을 국내 제조업체도 빨리 따라잡아야 하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구글과 모토로라 모빌리티에 대한 ‘견제’도 빼놓을 수 없는 숙제다.
발표자로 나선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팀장은 “수직 통합된 사업자가 출현했다는 점과 소프트웨어 가치가 더욱 커졌다는 점이 국내 제조업체에 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직 통합된 사업자라는 것은 모바일 OS를 갖고 있는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제조업 부문까지 갖게 된 것을 의미한다.
수직 통합된 사업자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직접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보인다. OS를 개발하고, OS에 꼭 들어맞는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마켓을 마련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모바일 기기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뀌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확산되기 이전에는 휴대폰 제조업체가 어떤 브랜드인지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노키아의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2009년 이전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iOS냐 안드로이드냐가 더 중요해졌다. OS를 중심으로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경쟁구도가 바뀌고 있다. 이성춘 팀장은 이를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국내 제조업체는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도 삼성전자의 모바일 OS ‘바다 OS’를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바다 OS가 성공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할 지 미지수다. 삼성전자의 클라우드 전략도 정작 밑바탕이 되는 OS와 부드럽게 융합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사용자 경험과 만족도에 직결되는 문제로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팀장은 “단말기 중심에서 생태계 산업으로, 또 이것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으로 펼쳐지는 플랫폼 기반 경영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대한민국 IT 업계가 현재 직면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것이 단기적으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산업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적다.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구글 매출의 원천이 되는 광고매출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 제조업체가 모토로라 모빌리티에 안드로이드를 빼앗기는 시나리오로는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하워드 윌리엄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인터넷 연구소 교수는 “구글의 특허 소송이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는 구글의 플랫폼을 보호하고 확장하려는 의도이며, 이는 곧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구글이 앞으로 어디에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리게 될 것인가’가 더 연관성 있는 물음이지, 한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대한 단기적인 위협 요소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하워드 윌리엄스 교수는 오히려 구글의 불공정 경쟁 행태에 눈을 돌렸다. 유럽에서 특히 논란이 된 ‘구글 프로덕트 서치’가 좋은 사례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물건을 검색하면, 가격비교 사이트가 검색된다. 구글은 구글 프로덕트 서치라는 구글 자체 가격비교 플랫폼에 검색 결과 상위자리를 밀어주는 식으로 불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다. 구글 검색이 갖고 있는 지배력을 이용해 자체 서비스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불공정 경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워드 윌리엄스 교수는 “불공정 행위를 자행하는 거대 하이테크 기업이야말로 혁신과 사용자 이익을 방해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라며 ”현재 조사 중인 구글의 반독점 위반 혐의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구글의 불공정 행위가 이번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로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렇다고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사건을 견제하지 않을 수 있을까. 김병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글이 단기적으로는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모델 제조업체로 이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탑재한 다양한 모바일 및 홈 디바이스를 제공하는 토탈 IT 업체로 키울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구글과 국내 협력 제조업체 간에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글로벌 IT 업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 구도로 접어들고 있다. 김병일 교수는 국내 IT 기업이 이에 발맞추기 위해 유연한 태도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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