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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같은 가상, 홀로그램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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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439회 작성일 13-10-0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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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춤까지 솟은 무대에 가수 싸이가 등장했다. 첫 번째 노래는 싸이가 '국제가수'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강남스타일'. 싸이 특유의 말춤이 등장하는 대목에서 관객 모두가 신나게 몸을 흔드는 여기는 싸이의 상설 공연장이다. 하루에도 10여 회가 넘는 싸이의 공연이 펼쳐진다고 하니, 싸이를 직접 보고 싶다면 언제나 찾아와도 된다.

잠깐, 상설 공연장이라니. 싸이처럼 바쁜 가수가 매일, 몇 번씩이나 국내 공연장에서 '강남스타일'을 불러준다고? 안타깝지만, 진짜 싸이는 볼 수 없다. 대신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차세대 실감 영상 기술 '홀로그램'을 볼 수 있다. 싸이의 공연은 에버랜드 리조트 안에 마련된 'K팝 홀로그램'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다.

홀로그램의 비밀은 투명 필름

홀로그램 기술은 영화에나 등장하는 기술이다. 레이저 장치가 빛을 쏘면, 홀로그램 영상이 입체로 떠오르는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K팝 홀로그램 콘서트장에서 쓰이는 기술은 360도 어느 각도에서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영화 속 홀로그램 기술은 아니다. 투명한 막을 활용한 눈속임 기술에 가깝다. 관객이 텅 빈 무대에 진짜 싸이가 등장한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이 기술은 1800년대 연극무대에서 처음 등장한 '페퍼스 고스트(Pepper's Ghost)' 기술의 한 갈래다.

"쉽게 생각하면, 투명 스트린을 이용한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바닥에 반사된 영상을 투명스크린이 비춰 홀로그램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죠. 관객은 허공에 영상이 맺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홀로그램 공연에 기술을 지원하는 영상 콘텐츠 전문업체 디스트릭트 윤주석 기술감독은 "홀로그램 기술에 쓰이는 투명 필름은 일반적인 비닐은 아니고, 영상이 최대한 잘 반사되도록 하는 특수 필름"이라고 덧붙였다.

페퍼스 고스트 홀로그램 기술에 쓰이는 투명 막은 '포일(Foil)'이라고 부른다. 포일은 관객 방향으로 기울어지도록 무대 위에 45도 각도로 설치된다. 포일에 영상을 반사하는 역할은 무대 밑에 비밀스럽게 설치된 스크린의 몫이다. 스크린에 영상을 투사하는 일은 무대 위에서 바닥을 향해 고정된 프로젝터가 한다.

이 과정을 거꾸로 정리해보자. 우선 무대 위의 프로젝터가 무대 바닥을 향해 영상을 비추면, 바닥에 있는 스크린이 영상을 담는다. 스크린에 담긴 영상은 다시 45도 각도로 무대 위에 마련된 투명한 포일에 반사되는 원리다.

△ 페퍼스 고스트 방식 홀로그램 무대 설계도
관객은 무대 위에 있는 프로젝터와 바닥의 스크린을 볼 수 없다. 무대 중앙에 있는 포일은 투명하기 때문에 오로지 영상만 볼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싸이가 등장한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홀로그램 공연장에서 쓰이는 영상은 실제 싸이가 미리 촬영한 영상이다.

페퍼스 고스트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방법도 있다. '프리 포맷'이라는 이름이 붙은 기술은 프로젝터가 직접 포일에 영상을 쏘는 방식이다. 포일을 무대에 직각으로 세우고, 포일 바로 뒤에서 프로젝터가 직접 영상을 쏜다. 지난 2010년 일본에서는 '하츠네미쿠'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 캐릭터가 프리 포맷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콘서트를 벌이기도 했다.

프리 포맷 방식은 무대 설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프로젝터가 무대 뒤에서 쏘는 빛을 관객이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실감은 덜하다. 포일을 45도 각도로 설치하는 페퍼스 고스트 방식은 프리 포맷 방식과 비교해 무대 설치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관객이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볼 수 없도록 해 좀 더 현실에 가까운 홀로그램 영상을 만들어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에버랜드 안에 놀이기구 처럼 마련된 K팝 홀로그램 공연장
홀로그램이 바꾸는 공연, 전시 기술

에버랜드에 마련된 'K팝 홀로그램' 공연장에는 다가오는 2013년 겨울께 '투애니원', '빅뱅' 등 더 다양한 가수의 공연이 올라갈 예정이다. 동대문에 새로 들어선 한 쇼핑몰의 K팝 테마파크 안에서도 홀로그램을 활용한 K팝 공연장이 있다.

원래 기업 제품발표회나 마술쇼 등 제한된 영역에서 이따금 쓰이던 홀로그램 기술이 문화콘텐츠와 맞물려 공연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국내 가수의 상설 공연장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특히 활발하다. K팝과 한류 열풍 덕분이다.

디스트릭트는 2013년 5월 KT,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컨소시엄 'NIK'를 만들기도 했다. 디스트릭트의 홀로그램 기술 위에 YG엔터테인먼트의 가수와 KT의 사업 투자 전략이 녹아든 셈이다. 지금은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를 중심으로 공연이 개발되고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가수를 홀로그램 공연 콘텐츠로 활용한다는 게 NIK 컨소시엄의 계획이다.

윤주석 감독은 "홀로그램 공연을 어떻게 연출하느냐가 차별점"이라며 "홀로그램 영상 위에 각종 연출을 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홀로그램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여기에 기발한 연출이 더해져 공연예술 하나가 완성된다. 관객의 얼굴 사진을 찍어 무대 위 홀로그램 영상에 합성하거나 영상에 3D 특수효과를 더하는 식이다.

△싸이 공연 영상에 특수효과가 더해지기도 하고, 관객의 얼굴이 등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에버랜드의 'K팝 홀로그램' 공연장은 공연 시작 전 관객이 얼굴 사진을 찍도록 한다. 싸이가 한창 '젠틀맨'을 부를 때 관객의 얼굴 사진을 영상에 합성하기 위해서다. 관객은 싸이와 함께 무대에서 춤을 추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홀로그램 영상이 무대에서 나오는 동안 실제 배우가 무대에 함께 등장하는 것도 관객의 눈길을 잡는 좋은 방법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마련한 '샤이니' 홀로그램 공연에서는 마술사 복장을 한 배우가 무대에서 영상과 함께 공연했다. 홀로그램 공연장 벽면 전체에 영상을 비춰 공간을 확장하는 기술이 더해지기도 한다.

미국에서 지난 2012년 열린 음악축제 '코첼라'에서는 전설적인 힙합 가수 '투팍'이 홀로그램 영상으로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투팍은 1996년 사망했다. 투팍의 홀로그램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함께 무대에 오른 실제 가수는 '스눕독'이었다. 투팍은 사망하고 11년의 흐른 뒤 후배 힙합 가수와 함께 공연을 펼친 셈이다.

홀로그램 영상 기술은 조금씩 활용처를 넓히는 추세다. 박물관이 대표적이다. 홀로그램 공연은 관객과 가수가 호흡하는 활동적인 콘텐츠라면, 박물관의 홀로그램은 전시는 정지된 콘텐츠다. 디스트릭트는 현재 해외 박물관과 홀로그램 기술로 유물을 전시하는 콘텐츠를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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