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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네이버`의 추락…NHN조차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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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2,743회 작성일 12-11-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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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오픈마켓 업체인 옥션과 G마켓은 지난해 1월 ‘판매 수수료가 너무 많다’며 네이버(naver.com)에서 상품 판매정보를 뺐다가 매출이 20% 이상 줄어 그해 4월 다시 들어간 적이 있다.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 선두 업체들마저 ‘인터넷 포털(portal·관문)’의 지배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마저 △이메일 △블로그 △카페 △웹툰 △지도 △음악 등을 네이버 관문을 통하지 않는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으로 내놓고 있다. 네이버 앱은 △검색 △뉴스 등 네이버 콘텐츠의 일부 서비스만 제공할 뿐이다.

◆인터넷 포털 내리막길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이전에 인터넷 이용자들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각종 서비스를 이용했다. 정보 검색과 메일, 카페, 블로그 등은 물론 쇼핑과 뉴스 등을 포털 사이트에서 이용했다.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포털을 거쳐야만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포털들은 인터넷 최강자가 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보급이 확산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모바일 기기에서는 아이콘만 터치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앱이 주요 이용방식으로 자리잡았다. 뉴스를 보고 싶으면 언론사 앱, 쇼핑을 하고 싶으면 쇼핑몰 앱에 바로 접속한다. 과거처럼 굳이 포털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시장조사업체 메트릭스가 2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조사한 결과 모바일 앱 이용률에서 1위 카카오톡(82.9%), 2위 카카오스토리(54.5%), 3위는 페이스북(51.8%)이 차지했다. 조사 대상자의 82.9%가 카카오톡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네이버는 조사 대상자의 절반 정도인 51.1%(4위)만 사용하고 있었다. 일반 PC 환경에서 네이버를 쓰고 있다는 응답자가 95.5%로 1위(닐슨코리아 지난 9월 조사)인 것과 비교하면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

◆‘앱’으로 승부하는 시대

인터넷 포털 업체조차 자사 포털을 통하지 않고 바로 접속하는 앱을 내놓고 있다. NHN이 내놓은 모바일용 앱만 해도 △네이버 지도 △네이버 웹툰 △네이버 카페 등 20개가 넘는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SK커뮤니케이션 등도 카메라 앱, 모바일 메신저 앱 등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NHN 관계자는 “최근 모바일 메신저로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포털 서비스의 중심축이었던 이메일 사용률도 급감했다”며 “소비자들이 기존 유선과 다른 방식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에 포털도 꾸준히 새로운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업계의 최강자로 떠오른 카카오톡도 다를 게 없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은 모든 것을 연결시켜주는 ‘관문’이 아니다. ‘카카오페이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스토리’ 등은 별도 앱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카카오톡과 연동될 뿐이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톡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이기 때문에 다른 서비스를 함부로 붙이지 않는다”며 “모바일 특성에 맞지 않게 메일이나 검색 등 다른 서비스를 접목해 복잡해지면 이용자들이 외면한다”고 말했다.

◆영화 예매도 스마트폰 앱으로

오픈마켓 ‘11번가 앱’은 지난해 1월 매출이 17억원에 그쳤으나 올해 10월에는 300억원을 넘어섰다. 1년 10개월 만에 매출이 2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예전에는 PC 인터넷을 통해 쇼핑을 하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면서 생긴 현상이다.

영화 예매도 마찬가지다. CGV 관계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영화를 예매하는 사람들이 최근 1년 사이에 10배 이상 늘었다”며 “지금은 네이버를 통해 예매를 하는 사람들보다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CGV 앱에서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스타트업 전문 투자업체 케이큐브벤처스의 임지훈 대표는 “전통적인 의미의 포털 서비스는 내리막 길”이라며 “앱 중심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바뀌면서 쇼핑, 모바일 메신저 등 특화된 서비스에 집중하는 플랫폼이 뜨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 펌